억눌린 현대인의 내면을 포착하는 게 나쁜 건 아니다. 현대 사회와 도시 문명의 많은 것들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정작 실제로 배출되는 것. 그 쓰레기는 슈퍼맨의 몫도, 배트맨의 몫도 아니다. 오롯이 아쿠아맨의 몫이다.모든 오물은 아틀란티스로 흘러들어가고, 아쿠아맨의 백성들이 고통을 받고, 아쿠아맨이 분노해 올라오면 도시 히어로들은 그를 진정시켜 도시를 보호하는 구조. 스웜프 씽과 포이즌 아이비가 죽어가는 나무들을 끌어안고 슬퍼하지만,슈퍼맨과 배트맨에겐 그런 분노나 슬픔은 언제나 진정시켜야 할 과잉된 분노다.가령 서울을 예로 들어보면, 일단 한강 하구는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해양오염의 근원지다. 매 순간 막대한 양의 쓰레기가 한강을 통해 해양으로 떠내려가고 있다. 전력 문제도 그렇다. 서울의 전력 소비량은 전국 최상위권, 하지만 서울에서 사용되는 전기의 대부분은 서울에서 생산되는 것이 아니다. 인천 충남의 화력발전소, 강원 경북의 원자력발전소에서 오는 것이다. 교도소도 마찬가지. 대부분의 교정 시설은 비수도권, 서울 밖에 위치한다.영화 속 아쿠아맨과 오름. 형제의 대결, 코믹북 속 형제의 대결, 수많은 시간 해저 왕국을 괴롭혀온 지상세계에 드디어 반격을 감행하려는 오션 마스터. 전쟁의 원인은 지상이 제공했지만, 이 일은 형제간의 충돌과 비극으로 이어진다.촌놈 히어로의 코드 : 삼천포와 아쿠아맨그렇게 정작 오염을 배출한 자들이 오염을 감당한 자들 막아냄으로써 오늘의 도시는 다시 유지된다. 영광은 도시 히어로들이 가져가고,모든 짐을 짊어지며 도시를 버텨주는 주변의 히어로들은 악당으로 치부되거나, 그 진정한 가치를 무시당하는 입장에 놓인다. 망토는 언제나 도시에서 펄럭이고, 소위 '내가 싼 똥'이 누구에게 어떤 해를 끼쳤는지는 숨겨진다.슈퍼맨과 배트맨이 외면한 불편한 진실 : 아쿠아맨은 왜 조롱 받는가?자. 슈퍼히어로들이 찬란한 도시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 일하는 존재들이라면, 그 도시 바깥에는 도시가 내다 버린 모든 것들을 끌어안고 씨름하는 히어로들이 있다. 고담과 메트로폴리스는 엄청난 쓰레기를 배출하는 도시, 배출할 수밖에 없는 도시지만, 이도시의 히어로들에게 쓰레기란 도시를 어지럽히는 사회적 쓰레기인 악당들이고, 거리의 더러움이란 도시를 짓누르는 범죄와 방황하는 현대인의 심리상태일 뿐이다.아쿠아맨의 분노는 왜 '과잉 감정'으로 무시당할까배트맨은 진짜 쓰레기와는 싸우지 않는다'삼천포'는 노안에 얼핏 보면 무서워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도 반듯하고 순수한 학생인데, 그 하숙집 멤버들 사이에선 아쿠아맨처럼 놀림의 대상이다. 알고 보면 '삼천포' 집안이 큰 어선을 세 척이나 운영하는 삼천포에서도 알아주는 부잣집이라고 설정하지만 삼천포는 서울역에서 신촌 하숙집까지 가는데 지하철을 제대로 탈 줄 몰라 10시간이나 걸리는 일로 한 에피소드가 나오는 인물이다.책임있는 배수의 날아쿠아맨의 배경인 바닷가 등대 대중교통요금 인상에 반기해 시작된 2013년 브라질 시위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노동자 출신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가 2003년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브라질은 사회복지를 강화했다. 대표적인 게 '보우사 파밀리아' 정책이었다. 아이들에게 예방접종, 건강검진, 학교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하는 게 골자였다. 세계적으로 그의 정책은 불평등 완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룰라는 재선에 성공했고, 그다음 정권도 그의 후계자가 이어받았다.그러나 좌파 정권의 종말은 아이러니하게도 좌파 시민단체에서 시작됐다. 시민단체 '무상대중교통운동'은 2013년 6월 상파울루시의 버스요금 인상 철회를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자신들이 원하는 만큼 시청을 압박하려면, 이 도시에 약간의 혼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그들은 여러 단체와 연대했고, 여기에 전국적으로 200만명이 동참하면서 버스요금 인상을 막았다. 그러나 커진 단체는 통제 불능의 상태로 치달았고, 그 과정에서 좌파는 하나둘 사라졌다. 그 빈자리를 '자유브라질운동' 등 우파 단체가 장악했다. '무상대중교통운동'은 결과적으로 시민단체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좌파의 실각과 우파의 집권을 촉진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브라질만 그랬던 건 아니었다. 다른 나라들도 비슷한 길을 걸어갔다. 홍콩 민주화 시위 [EPA=연합뉴스] 영국 언론인 빈센트 베빈스가 쓴 '광장의 역설'(진실의힘)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시위 현장을 추적한 책이다. 12개 나라에서 200명이 넘는 활동가, 시위 참여자, 정치인 등을 인터뷰하고 관련 문헌을 조사한 결과를 담았다. 저자는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세계에서 벌어진 대규모 시위를 조사한 결과 "시위대의 요구와 정반대되는 결과"가 나왔다면서 이를 '광장의 역설'이라고 칭한다.시위자들의 의도와 반대되는 결과가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수평적 구조를 지니고, 자발적이며,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2010년대 시위의 조직 방식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특히 이 셋 중 '수평주의'에 가장 큰 이유가 숨어 있다고 분석한다.가령 브라질의 '무상대중교통운동'은 '수평주의'의 전형적 예다. 이 단체의 설립 원칙 자체가 "모두 지도자가 되거나 지도자가 존재하지 않는 운동"이었다. 그러나 수평적 리더십을 추구